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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자유게시판

알래스카" 이사 가는날 "

by ivy알래스카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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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할 때는 날자와 동서남북 좋은 방향을

잡아 날을 잡아 이사를 한다지만 , 이제는 그런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손 없는 날 이사하는 게 좋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이사를 할 때는 늘, 절이나 무당에게

들러서 이사 날자를 잡고는 한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야 쉬는날을 기준으로 이사를 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 제주도에서는 이사철이 아직도

정해져 있는데, 바로 신구간(新舊間)이라고 합니다.

대한 5일째부터 입춘 3일전까지 약, 7일에서 8일간

집중적으로 이사를 갑니다.

저도 이러한 풍습을 제주도 가서 몸소 느낄 수 

있었는데 , 너무 신기하게만 생각이 들더군요.

 

이 풍습은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 

이 기간에 임무교대를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시기라 이때를 맞춰서 다들 몰아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그래서, 계약기간들이 거의 이 시기에 몰려 있어

이때, 이사 하는게 상당히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신구간에 이사를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한편으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이 시즌에는 이사 업체나 리모델링 업체들, 각종

가구점이나 가전제품 파는 곳들이 호황을 이루기도

합니다.

 

이사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거주지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기도 합니다.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사를 하는 날은 떡을 돌리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핵가족화 시대가 도래하고 나서부터는 

언제부터인가 이웃에 시루떡을 돌리는 일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외국에서는 피자라도 돌려야 하나요?  ㅎㅎ

 

음력으로 끝자리가 9나 0이 되는 날자를 

손이 없는 날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손이라는 악귀가

없는 날이라고 하여 이사 가는 날자는 늘 손 없는 날을 

택하고는 합니다.

 

이사를 한 뒤에는 팥이나 소금을 뿌려 악귀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는데 ,

팥은, 붉은색으로 악귀가 싫어하는 색이라고 합니다.

 

오래전에는 처음 이사하는 집에 들고 가는 물건이 

바로 밥솥이었습니다.

밥솥은 풍요와 풍년을 상징하기 때문에 첫 이삿짐 중

밥솥을 제일 먼저 가지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밥솥이 무쇠솥이었을 텐데 혼자 들기에는

버겁지 않았을까요?

 

이사를 마친후에는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팥으로 만든 

시루떡을 돌리면서 새로 이사 왔음을 신고하는데,

시루떡은 풍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사를 도와준 이들에게 대접하는 게 바로 자장면인데,

저도 자장면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그보다는 실속이 있는

은대구 매운탕을 선택했습니다.

땀을 흘리며 , 공깃밥 하나를 더 추가해서 배를 아주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인절미와 콩떡을 사서 나눠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할 건 다 한 것 같네요.

이삿짐 늘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 어느새 몇 배로 살림이

늘어났습니다.

마트에 가서 욕실용품과 세제류를 사고, 새로 산 셀폰

개통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많은 일을 했네요.

그런데, 이사를 온 집이 하필이면 아주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해서 앞으로 추운 겨울에 걸어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눈 내리고 찬바람 부는 언덕길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30분을 걸어야 합니다.

고생길이 훤하네요.

그래도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주어진 건강에 감사합니다.